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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aprendoalgo 2020. 6. 1. 09:41
오베라는 남자
국내도서
저자 : 프레드릭 배크만(Fredrik Backman) / 최민우역
출판 : 다산책방 2015.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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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생각나는 소설"

 

이 소설을 알게 된 것은 유튜브를 통해서였다. 영화를 간략하게 소개하는 채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동영상의 제목이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계속해서 자살을 시도하는 남자? 였던 것 같다. 영상을 보고 관심이 생겼고, 영화를 보기에 앞서 원작 소설을 찾아 읽어보게 되었다.

 

 

소설의 배경은 복지국가로 유명한 북유럽 스웨덴이다. 주인공 오베는 까칠하고, 원리원칙을 중시하며, 고지식한 중년의 남성이다. 오베는 사랑했던 아내 소냐가 죽자 자신도 소냐 곁으로 가기 위해 자살을 시도한다. 하지만, 이웃들의 방해로 자살 시도는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계속해서 자살을 시도하는 오베와 그런 오베가 마음 편히 죽지 못하도록 계속해서 도움을 구하며 방해하는 이웃들의 이야기이다.

 

자살이라는 무거운 주제가 소설 전반에서 계속해서 나오지만, 그 분위기는 청소년들이 읽어도 괜찮을 정도로 따듯하다. 

주된 내용은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색한 오베가 마을 이웃들과 관계를 맺어나가는 과정이다. 오래된 그리고 가장 친했던 이웃인 루네와 다투고 다시 화해하고, 길고양이를 돌봐주고, 이웃집 아이들을 봐주는 등 그냥 우리네 사람 사는 평범한 이야기이다. 잔잔한 이야기와 잔잔한 감동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좀 더 깊이 살펴보면, 스웨덴 사회의 문제를 엿볼 수 있었다.(소설이 사실이 아닌 허구이지만, 그래도 현실에서 완전히 동 떨어진 허구는 아니니까.) 노인일자리, 노인 자살, 노인 돌봄, 동성애, 다문화, 가정폭력, 한부모 가정, 세대 간 갈등, 관료주의의 폐해. 이 중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관료주의의 폐해였다. 뛰어난 복지로 살기 좋기로 유명한 북유럽 국가인 스웨덴인데, 흡사 후진국의 행정절차를 보는 것만 같았다.

 

그만하면 됐어요, 오베. 편지는 더 쓰지 말아요. 당신이 쓴 이 편지를 다 집어넣을 공간이 인생에는 없어요.”

그녀가 그를 올려다보고는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은 뒤 미소를 지었다.

이제 충분해요, 사랑하는 오베

그러자 충분해졌다.

다음 날 아침 오베는 새벽에 일어나 사브를 몰고 그녀의 학교로 간 다음, 시의회가 설치를 거부했던 장애인용 경사로를 자기 손으로 직접 깔았다. (오베라는 남자 p.280)

 

교통사고로 오베의 아내(소냐)가 휠체어를 타게됐지만 정부에서는 장애인인 그녀를 위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 결국 오베가 직접 소냐를 위한 경사로를 마련한다.

 

"그러니까, 요점만 말하면요, 아나타 아줌마가 가정 도우미를 신청했어요. 루네 아저씨가 엉망진창이 돼서 더는 잘 다룰 수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사회 복지과에서 실태 조사를 했는데, 어떤 놈이 전화를 걸어서 자기들은 아줌마가 이 상황을 감당 못한다고 결정 내렸대요. 시설에다 루네 아저씨를 집어넣겠다는 거죠. 그러니까 아니타 아줌마가 그냥 없던 걸로 할 수 없냐고, 도우미도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하지만 그러고 나니까 이젠 그 아저씨가 빡쳐가지고는 아줌마랑 틀어지기 시작한 거죠. 어떻게 조사를 무르려고 할 수 있냐면서, 애초에 살펴봐달라고 부탁했던 게 아줌마 아니냐고 계속 그러는 거죠. 이제 조사 결과에 따라 결정이 났으니 그걸로 끝이다, 뭐 그렇게 말하면서요. 아줌마가 뭐라고 하는지는 이제 중요하질 않은 거예요. 그 복지과 인간은 그냥 자기 페이스대로 계속 달리려는 거니까. 무슨 말인지 아시죠?"

(오베라는 남자 p.384)

 

복지국가 스웨덴이 맞는가? 흡사 정신병원에 강제 수용하는 것 만 같다. 본인과 가족의 의사를 무시하고 강제로 돌봄시설에 사람을 집어넣을 수 있는 것인지......... 내가 알던 스웨덴이 아니다.

 

 

 

 

 

 

 

소설에서 오베의 아내 소냐는 정말 현명한 사람으로 나온다. 소냐는 까칠하고 무뚝뚝하고 세상과 어울리지 못하는 오베를 유일하게 품을 수 있는 사람이다. 소냐의 말 중에 특히 이것이 기억에 남는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집에 들어가는 것과 같아요.” 소냐는 그렇게 말하곤 했다. “처음에는 새 물건들 전부와 사랑에 빠져요. 매일 아침마다 이 모든 게 자기 거라는 사실에 경탄하지요. 마치 누가 갑자기 문을 열고 뛰어 들어와서 끔찍한 실수가 벌어졌다고, 사실 당신은 이런 훌륭한 곳에 살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말할까봐 두려워하는 것처럼. 그러다 세월이 지나면서 벽은 빛바래고 나무는 여기저기 쪼개져요. 그러면 집이 완벽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불완전해서 사랑하기 시작해요. 온갖 구석진 곳과 갈라진 틈에 통달하게 되는 거죠. 바깥이 추울 때 열쇠가 자물쇠에 꽉 끼어버리는 상황을 피하는 법을 알아요. 발을 디딜 때 어느 바닥 널이 살짝 휘었는지 알고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옷장 문을 여는 법도 정확히 알죠. 집을 자기 집처럼 만드는 건 이런 작은 비밀들이에요.” (오베라는 남자 p.318)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특히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공감되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오베를 보며 아버지가 떠올랐다. 원리원칙을 중시하는 모습, 불의를 참지 못하는 모습, 까칠하고 무뚝뚝한 모습 그리고 편지를 써서 항의하는 모습까지. 소설을 읽는 내내, 내가 아는 누군가랑 정말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느 순간 번뜩 우리 아버지와 정말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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